벌써 만 5년이 지난 얘기이다.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어느덧 그때 아이들은 졸업하여 사회초년병이 되었다. 그 때 그 사건.........
어느덧 그때 아이들은 졸업하여 사회초년병이 되었다. 그 때 그 사건.........
학부 때 처음 만났을 때처럼 ***이라고 부를께. 니가 이 글을 읽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니가 생각과 생활을 함께 나눠온 학생들과도 함께 나누고 싶은 얘기여서 여기에 적는다. 니하고 나하고 LTC 때 같은 조였던 것 기억나나? 그때 니는 참 고민이 많은 후배였지. 진지하게 고민하고,대충 답을 구하는게 아니라 철저하게 납득이 가는 답을 찾으려고 했지. 그게 참 좋아보였다. 아마 간사 활동을 하면서도 계속 그런 자세로 살아왔겠지. 그래서 내가 널 자주 보지도 못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널 신뢰했다. 내가 아래에 쓴 많은 글에서도 이미 말했지만,이번 일을 처음 들었을 때도 한기연이 걱정되는 한편으로 '현석이가 실수를 했구나. 현석이가 너무 큰 상처를 받으면 안될텐데'하는 걱정도 컸다. 그런데 문제 해결 과정에서 보여준 니 태도는 정말 실망스러웠고 안타깝다. 그동안 내가 니를 잘못 봐온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내가 이 문제 과정에서 직접 만나지 않았지만,최대한 신중하게 판단하려고 너에 대한 얘기는 최소한의 사실에 입각한 얘기만 인정하려고 해도 많이 실망스럽다. 처음엔 너도 좀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면서? 그런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이 '나는 자유연애가 옳다고 생각한다. 이게 내 가치관이다' 이런 거라는 거지? 니가 치열한 고민을 한 결론이 고작 그정도라는게 정말 실망스럽다. 그래서 그동안 한기연에서 학생으로 간사로 활동하면서 니가 치열하게 고민했던 신앙과 사회의 문제도 고작 그정도 수준에서 밖에 소화하지 못했을거란 생각에 더 실망스러운거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너를 만나서 설득하려고 했지만 넌 설득되지 않았지. 오히려 당당하게 니 가치관이라는 걸 주장했지. 많은 사람들이 실패했던 그 설득하려는 노력을,내가 여기서 한번만 더 해볼께. 언제였는지 모르겠지만,니가 '설교'한 얘기 중에 이런게 있었다. 정주영이나 이건희 입장에서 보면,노동자들을 대하는 그 사람들의 태도가 이해가 될 것도 같다.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도,내가 정부라도 어쩌면 그럴수 있을 것 같다. 그게 두려운거다. 각자의 입장에서 자칫 잘못하면 나도 그런 생각을 스스로 합리화하고,지금 내가 보기에는 전혀 아니라고 하는 그런 자세로 세상을 살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 않기 위해서 늘 우리 자신을 반성하고,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갈고 닦아야하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엔 니가 지금 그런 '자칫 잘못된' 합리화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의 본능,특히 남자의 본능이야 다 비슷하지. 니 같은 행동을 하려는 마음,가질수도 있지. 니같은 처지에서는 행동으로 옮길수도 있지. 더구나 그 행동으로 제3자가 무슨 물리적인 피해를 입은게 있나? 그러니 어쩌면 잘못이 없어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럼 그동안 이게 잘못됐다고 생각해온 내 생각이나 사람들의 일반적인 가치관이 잘못된거 아닌가? 그렇다면 그런 가치관,잘못된 대다수의 생각과 싸워야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왜 이런 배경에대한 전달도,내 생각을 존중해주는 토론도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 간사를 징계하는거지? 저 사람들도 가치관의 다양성을 인정해온 사람들인데,그렇다면 다른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가? 좋다. 그렇다면 행정적인 결정은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최소한 ***의 가치관에 입각해서 개인적으로 학생들을 만나고 계속 ***의 가치관을 나누는 것은 놔두는게 맞지 않은가. 혹시 이런게 니 생각이니? 있잖아,내가 언젠가 니한테도 했던 얘기 같은데,제일 위험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꼴통 보수인 사람도 아니고 극좌 모험주의로 사는 사람도 아니다. 내가 제일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 확신이 너무나 뚜렷하고 스스로 '내가 잘못됐을지도 모른다'고 반성할줄 모르는 사람이다. 히틀러도 나름대로 가치관이 있었거든. 지금도 독일에 가면 그 가치관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라고 하거든. 그런 히틀러를 죽여야한다고 생각한 사람도 있거든. 그 가치관을 추종하는 사람들도 있거든. 그런데 히틀러는 자기를 반성할줄 몰랐다. 히틀러를 죽여야한다고 생각한 사람은 매일 자기를 하나님 앞에 내놓고 정직하게 반성했다. 나는 후자의 사람이 좋고,그렇게 살고 싶거든. 너는 어떠냐. 너는(설마 스스로 히틀러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만)두 사람 다 나름대로 논리가 있는 자기 가치관과 생각이 있으니 양쪽 다 존중해야한다고 생각하니? 그래서 너의 가치관도 존중해달라고 말하고 싶니? 근데 내가 보기엔 그게 히틀러처럼 위험한 생각이거든. 니가 '설교'했듯이 잘못된 생각을 스스로 합리화하는 거거든. 내가 학생대표들에게 쓴 글에서 누누히 말했듯이,그런 생각으로 행동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만 보는 것은 그건 가치관을 존중하는게 아니라 무책임한 것이거든. 그래서 동문들이 이렇게 난리법석을 피우는 거다. 한기연은 니 혼자만의 공동체가 아니라 많은 구성원들의 공동체인데,이렇게 너에게 책임을 묻는 사람들이 많다면 적어도 니 자신을 반성해봐야하지 않겠니? 그런 반성의 기간 동안에는 자숙하고 모든 사태에 개입하지 않고 물러나 있어야하지 않겠니? 어쩌면 이럴지도 모르겠는데,혹시라도,니가 한기연을 떠난,그것도 명예롭지 못하게 떠난 뒤의 삶에 대해 두려움 때문에 이렇게 논리를 만들어서 주장하고 자기를 합리화하면서 한기연에 머물려고 하는 것이라면,그런 두려움은 떨쳐버려라. 니가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렀어도,니가 회개하고 돌아서면 하나님은 널 용서해주시고 널 써 주실 거다. 다윗이 그랬거든. ***아. 난 말이지,차라리 니가 니말대로 니 나름대로의 '남녀간 애정 관계'에 대한 소신 때문에 이러는게 아니라 사실은 속으로 니가 헌신해온 한기연을 떠나는 것에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겉으로 당당한 척 주장하는 것이면 좋겠다. 그러면 적어도 니가 반성하고 뉘우칠 가능성이 있으니까. 제발,제발. 무엇이 옳은지 제대로 판단해라. 니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더라도,이 선배가 이렇게 너에게 부탁하니 제발 한번이라도 다시 한번 생각해주려무나. 무엇이 옳으니. 무엇이 그르니. 제발 다시 한번 생각해봐. 그리고 니가 어떤 책임을 지는게 맞는지,생각해봐. 난 요즘 솔직히 세상 살 맛이 안난다.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 사이에는 솔직한 대화를 통해서 해결하지 못할 것이 없다는,학생 시절의 소박한 믿음이 깨진지는 오래됐지만,내게 가장 소중한 공동체였던 한기연에서도 그걸 다시 경험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옳은지,무엇이 그른지,누가 어떤 책임을 져야하는지. 이런 생각이 다를 때 어떤 해답을 `공통답안'으로 만들수 있을까. 유한한 경험 속에서 자기 나름대로 판단하고 행동할수 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가 이런 걸까. 이런 인간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야하니,니나 나나 참 힘들다,그지? 내가 차라리 한기연이란 공동체를 포기해버리면 너랑 나랑 서로 힘들 일은 없을까? 어차피 천년 만년 살아갈 세상도 아닌데,나도 하나님 앞에서 해야할 일이 많은데 그냥 그러는게 나을까. 하지만 하나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실 때까지는,이렇게 너를 설득하려고도 하고 학생들도 만나보고,동문들과 논의도하고,내가 정말 하나님께서 하기 원하시는 일을 하고 있는 건가 되돌아보고,이렇게 살수 밖에 없구나. 우리가 이런 한계를 가진 인간이니,하나님 앞에 무릎 꿇어야하는 것이겠지. 하나님이 주신 생,우리의 짧은 생각과 잘못된 판단으로 허비하지 않도록 기도해야하는 것이겠지. 지금 너랑 나랑 서로 세상 살맛나지 않게 만드는 관계이지만,이렇게는 기도해주지 않겠니? 우리가 서로 하나님을 범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해달라고. 혹시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빨리 돌이켜 한번뿐인 인생마저 허비하는 더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해달라고. 잘 자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