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시렁궁시렁/중얼중얼

씨바 졸라 멋지다 이상훈

leejoosuk 2007. 12. 6. 14:37

 



90년대 초중반은 프로야구 전성기이다. 당시 최고의 팀은 단연 LG 트윈스다.

신바람 야구의 이광환감독을 필두로 정삼흠, 김태원, 유지현, 송구홍, 김재현, 박종호,
그리고 이상훈....

그 중에서도 나의 Hero는 이상훈이다.

남들과 달리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고대 야구부의 에이스로 스카웃되었고 최고 계약금액으로 LG 트윈스에 입단하여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가 되었다.

그런 그가 생뚱맞게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며 홀연히 한국을 떠나 일본 주니치 드래곤즈로 이적했다. 일본에서도 그리 큰 활약을 떨치진 못했지만 결국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했다. 그러나 정말 입단만 했다.

그는 대한민국에 유일무이한 한미일 야구를 모두 경험한 야구선수이다.

그리고 그는 지금은 야구와는 상관없이 락을 하는 가수가 되었다.

이런거 아무나 할 수 없다.

이상훈은 야생마란 별명처럼 정말 자유롭게 인생 제대로 산다. 진짜 멋있다.


다음은 2005년에 딴지쩜빵에서 한 이상훈의 인터뷰 중 일부 내용이다.

다 옳아서가 아니라 자기가 한 선택이기 때문에 후회가 없다..

어떤 결정의 결과가 예상보다 못할 경우 대다수 사람들은 그런 결정을 내리게 만든 상황이나, 그런 결정을 내리도록 조언하고 권장한 주변 사람들을 원망하고 후회한다. 최종 결정권을 누가 대신 행사한 것도 아닌데도 남 탓을 한다. 후회나 원망이 없다는 건 상황이나 주변은 언제나 '참고'만 하고 매사를 오로지 자신이 결정하고 그렇게 결정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라 여기는 사람만 할 수 있는 말이다.

이상훈을 읽는 첫 번째 키워드다.

성공의 의미를 모른다..

대한민국 야구 선수 중 일본과 미국의 프로를 다 겪은 건 그 밖에 없다. 그런 그가 성공의 의미를 모른다고 한다. 성공의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건,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 그 일을 하고 싶다.. 이외의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그냥 그 순간 그 일을 하고 싶고 그래서 한 것이다. 그게 다다.

이상훈을 읽는 두 번째 키워드다.

해보고 싶은 게 없어요..

그는 순간에 산다. 미래에 대한 리스트를 뽑고 가능성을 체크해 정보를 수집하고 계획을 짜고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그런 거 없다. 그는 하고 싶은 게 생기는 순간, 그냥 그걸 한다. 
대단히 상식적이다. 자신에게 유리하냐 불리하냐에 따라 상황을 자신을 중심으로 해석해 합리화하는 걸 안 한다.

그는 직선으로 사는 사람이다. 가는 길에 방해물이 있다고 에둘러 가지 않는다. 시간이 걸린다면 에둘러 가서가 아니라 그 앞에 고스란히 서서 멀뚱히 때를 기다려서다.

주변 눈치도 보지 않는다. 눈치를 보지 않아야겠다 의식적으로 결단해서가 아니라 그저 볼 필요가 없어서다.
어차피 결정은 자신이 하니까.

그는 성공도 모르고 실패도 모른다.
그가 아는 것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걸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거다.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자고 사는 게 인생이다. 이상훈은 그걸 온 몸으로 증명한다.

씨바 졸라 멋지다, 이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