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뭐야?

장하성 교수

leejoosuk 2008. 6. 17. 18:13

시장경제는 무엇인가

시장경제는 국민 모두가 보다 잘 살기 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선택한 나라살림의 운영방식이다. 그러나 최근에 재계, 정계 그리고 경제관료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시장경제에 대한 논쟁은 마치 시장경제 그 자체가 목적인 것처럼 왜곡되고 있다. 국민들이 보다 잘 살기 위해서는 경제가 성장해야 한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했는데도 다수의 국민들이 보다 잘사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고 경제적 강자들의 기득권을 확대 재생산하는 결과만을 가져온다면 국민들은 시장경제를 버리고 대안적 경제체제를 찾을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시장경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성장과 분배의 균형이 중요하다.
시장경제는 경쟁을 통해서 효율성을 높이고 성장을 달성한다. 경쟁의 동기는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의 이기적 속성에 기인한다. 국민 각자는 모두가 함께 잘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잘 살기 위해서 경쟁을 한다. 모두가 함께 잘 살기 위한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수단으로 시장경제를 선택한 것이지만 개개인은 이기적인 동기로 시장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시장경제는 개인과 공동의 목적이 서로 상반되는 모순을 갖는 것이 그 본질이다. 그래서 시장경제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국가의 소임이 중요하다.

시장경제에서 국가의 역할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경쟁을 유도하는 시장체제를 만드는 것이고,

둘째는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시장질서을 세우는 것이며

셋째는 경쟁의 결과로 얻어진 성과가 모두에게 공평하게 분배되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시장경제의 논쟁은 세 가지 국가의 역할 중에서 논쟁의 주체들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선택적으로 시장경제를 왜곡하고 있다. 경쟁에서의 강자의 위치를 확보한 재벌들은 경쟁 촉진을 주장하면서 공정경쟁이나 분배를 말하는 것은 반시장적이라고 매도한다. 정치권은 인기 영합의 수단으로 그리고 일부 노동계는 이기적 동기에서 분배를 주장하면서 분배의 전제가 되는 성장을 위해서 필요한 경쟁을 훼손하는 모순된 주장을 한다. 경제 관료들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부처 이기적인 관점에서 경쟁촉진과 공정경쟁 사이에서 줄타기 곡예를 하며 분배에 대해서는 말하는 것은 금기시한다. 모두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서 선택적으로 시장경제를 왜곡하고 있다.

경쟁은 원천적으로 공정성을 보장하지 못한다. 서로 다른 능력이 주어진 천부적인 차이는 물론이고, 물려받는 재산과 환경의 차이로 인하여 출발선에서부터 불공정한 경쟁이 시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은 창의력을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성공을 가져다주는 체제이다. 그래서 출발선이 다를지라도 노력과 능력에 따라서 성공의 기회가 제공되도록 보장하기 위해서 공정경쟁이 중요하다. 경쟁은 또한 분배의 공평성을 보장하지 못한다. 경쟁의 결과는 경쟁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노력의 결과로 이루어진 것이지 승자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경쟁의 결과가 승자에 의해서 독점된다면 국민들은 경쟁에의 참여를 거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경쟁에 참여한 모두에게 공평한 분배가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의식주는 삶의 기본이다. 입고, 먹고 그리고 주거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것이다. 인간적인 최소한의 삶의 터전으로서 주거의 규모를 국민주택이라고 부른다. 국민주택 분양가 공개로 촉발된 최근의 재계, 정치권, 경제관료들 사이의 시장경제 논쟁은 오히려 시장경제를 왜곡하고 있다. 국민주택 시장에서 경쟁이 공정성과 공평성을 담보하지 못하여 다수의 국민들이 고통 받는 시장 실패의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인간다운 삶의 최소한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는 분양가 공개가 아니라 국가가 국민주택 전부 떠맡아서 건설을 한다고 해도 이는 반시장적일 수 없다. 경쟁지상주의적 논리만을 앞세우고 공정경쟁과 균형적인 분배를 위한 규제를 반시장적인 것으로 매도하는 주장이야말로 오히려 국민 다수로 하여금 시장경제 그 자체를 거부하게 하는 위험한 반시장경제적인 왜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