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시렁궁시렁/중얼중얼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leejoosuk
2008. 3. 25. 12:57
연애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참으로 많은 영화를 보았지만
그저 그렇게 가볍게 보아넘길 영화라는, 로맨틱 코메디가 다 거기서 거기지, 라는
또 오류를 범하게 하는 광고들을 보고 지레짐작했던 이 영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연애따로 결혼따로
하나의 방정식이 되어버린 세대도 그렇고
걸쭉한 욕지꺼리가 난무하는, 그래서 불편했지만 그만큼 절절하게 파고들던
정말 끈끈한 무언가가 없는 사람들은 나누지 못할 욕설의 미학.
영운은 자기 사랑에 책임을 지지 않았다
사회적인 편견을 용감하게 뛰어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완벽하게 자기 감정을 숨기지도 못했다
차라리 영악하게 욕구해소용과 가정생활 영위라는 명제를 제대로 실천했더라면
어쩜 이 영화가 주는 진한 감정이 없었겠지만...
"엄마, 엄마도 그러는거 아니예요. 영운이랑 나랑 4년 사겼거든요, 아니, 살.았.거.든.요."
"난 첩년도 좋고, 세컨드도 좋아. 그러니까 나 버리지마 영운씨..."
"내가 널 어떻게 버려. 울지마 미친년아..."
욕은 생활이다
생활의 잔때가 여기저기 묻어있는 영화가 가끔 날 미치게 한다
"이렇게 술이나 퍼마시면서 평생 놀기만 했으면 좋겠다"
"너 지금 그렇게 살고 있어, 미친놈아"
친구가 좋고
어울려서 술마시는게 좋고
여자 꼬시는 재미가 좋고
흥청망청 물쓰듯 돈을 쓰면서도 벌기는 좇나게 싫은
그래서 결혼이라는 울타리의 가장보다는
슬쩍슬쩍 집안일 도와가며 눈치봐가며 몰려다니는 그 생활이 못내 끝내기 아쉬운 그들
그만큼 연아는 영운에게 부담없는 존재다
그 부담없는 존재는 언제든 떨궈낼 수 있는 직업적 안전장치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당당하게 사랑하면서도 결코 드러내고 싶지 않은 관계다
오지 않는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는 밤새 술에 취해갔다
"내가 영운이 잘 알지.."
가차없는 주먹 앞에서도 저항 할 수 없었던 여자
그런 여자를 외면하고 눈물 질질 흘려대며 "사랑해 수경아"를 안전장치로 내뱉어야 했던 남자
우유부단하고 지 눈에 대들보는 못보면서 남의 눈의 티끌은 엄청 교훈적으로 마다하는 남자
욕을 하고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밉살스러우면서도 다독여 주고 싶은건
영운이 정말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자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 때문이다
성질 드럽고 화끈하면서도 정스러운 연아
마냥 불쌍하거나, 동정스런 느낌을 가질 수 없는건 그녀가 당당하기 때문이다
직업에 구애받지 않고 사랑을 할 줄 알았던 여자의 당당함
영운과 연아의 관계는 그만큼 사실적이다
라스트
그만큼의 거리
마주 보지 못하고
서로 흐느껴야 하는 그 거리...
사랑이란
그 마지막의 거리감 같은게 아닐까
어느 정도의 선을 유지해줘야만 하는
마주보지 못하고 외면하면서도 서로를 돌아 볼 수 있는 딱 그만큼의 거리
그 거리를 지키지 못하는데서 사랑은 수많은 갈림길을 만난다
진작 알았더라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편한 마음으로 갔다가 무거움에 절어서 나오게 된다. 이 영화는.
끝없이 이어지는 욕설때문에 불편했던 마음이 그것 때문에 살아있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