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연한통속

가족의 밤에 마음 아팠던 일... (2001.11)

leejoosuk 2008. 7. 6. 03:25
안녕하세요.
가족의 밤때 여러 동문들 오랜만에 만나고 후배들이 공동체에 애착을 갖고 활동하는 모습 볼 수 있어서 참 기뻤습니다. 준비하신 후배님들 정말 수고많았습니다.

그런데 마음에 걸리는 일이 하나 있어서 여러분들께 말씀드리고자합니다.

뒤풀이 때 **가 왔잖아요. 여러분들이 잘 알다시피 국가정보원에서 근무하고 있죠.
근데, 물론 친근감에서 한 얘기겠지만,뒤풀이 때 같이 왔던 **누나가 "국정원이 가서 보고해"라고 얘기하고 이어서 누군가 국정원을 비하하는 농담을 했을 때 **를 보기가 안쓰러웠습니다. ** 귀가 빨개지더라구요. 그런 행동은 좀 경솔한 행동이고, 사려깊지 못할 뿐만 아니라 편견에서나온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 국정원 시험을 쳤을 때,
저에게 물어보더라구요.
"형, 저 국정원 시험 쳤는데, 가도 될지 어떨지 모르겠어요. 갈등도 느껴지고..."
그때 저는 단호하게 얘기했습니다.
"**야, 니한테 국정원에서 일하게 될 기회가 온다면, 가서 열심히 일해라.
내가 얘기하나 해줄께.
우리 교회 목사님이 새벽기도 오려고 새벽에 차를 운전해서 오는데, 횡단보도에 사람 없는데도 신호등이 켜졌다고 차를 정지선에 세우고 있으면 다른 운전자들이 지나가면서 '미친 놈...'하는 눈길로 쳐다본다고 그러더라.
그런데 하루는 목사님 차가 신호등 앞에 서 있었는데 옆 차선에 다른 차가 와서 똑같이 정지선에 섰다더라. 그러니까 뒷 차들이 빵빵 거리고 난리가 났다. 아무도 없는데 왜 안가냐 이 미친 차들아!!하는 의미였겠지. 하지만 두개 차선을 두 차가 가로막고 있으니까 뒤차들이 갈수가 있나. 신호등 바뀔 때까지 못가지.
**야.
무슨 말이냐면, 앞차가 먼저 신호를 지키면 뒤차는 어쩔 수 없이 신호를 지켜야한다는 말이다.
국정원에 합격한다면 거기 가서, 신호를 지키는 앞차가 돼라. 그래서 뒤차들이 어쩔 수 없이 신호를 지키도록 만들어라.
사실, 사람들이 국정원의 한쪽면만 보고 안좋게 말하지만 사실은 필요한 일도 많이 했다. 우리나라에 쌀이 모자랄 때 쌀이 많이 나는 벼 종자를 외국에서 비밀리에 가져와 '통일벼'로 내놓게 한게 국정원이었다. 또 반도체 기술, 중동 건설 등 숨은 곳에서 국정원이 한 일이 정말 많다. 그런 좋은 일들 하고, 국정원의 잘못된 부분은 니가 거기서 고쳐가라. 그거 정말 필요한 일이다."

제 말이 잘못됐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저는 **같이 반듯하고 속깊은 사람이 국정원에 간다면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나의 직업인 기자도 욕을 많이 먹는 일이고, 사회당 국회의원 후보로 나온 **누나의 위치도 사람에 따라선 비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날 그자리는 그런 얘길 할만한 자리가 아니었죠. 그런 분위기도 아니었고요. 하지만 **가 속해있는 국정원에 대해서는 쉽게 얘기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그 기관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고, 그 기관에서 일하기로한 **의 선택에대해 오해하고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에게 국정원에 가라고 했던 저의 권고는 지금도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날 그자리에선 **에게 미안하더군요. **의 빨개진 귀가 마음 아팠고, 다른 동문들의 무례함에 화가났었습니다.

**는 국정원에 대한 국민들의 솔직한 생각을 다시한번 알게된 기회로 삼아야겠죠.
**야, 그렇단다. 니가 할 일이 그만큼 많은거다. 국민들도 국정원 같은 정보 수집 기관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겠지만 과거에 국정원이 한 정치적인 역할을 잊지 못했고 또 진보세력이 아직도 취약한 현실에서 국정원의 현실적인 존재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여유가 없겠지. 하지만 다들 한 바다에서 만날 날이 있을거라고 난 믿는다.

**선배